[승리하는 직장 생활] 비전문가여서 가능했던 월 30억 매출의 비결
비전문가여서 가능했던 월 30억 매출의 비결: 외부인의 이점
예전에 한 IT 서비스 기업에서 ‘매출 확대’라는 목표를 가지고 그 회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업을 맡았던 적이 있다.
당시 회사는 정해진 단일 가격으로만 해당 제품의 사용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다만 회사가 계속 성장하면서 사용자가 많아지고,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짐에도 계속 같은 가격으로 운영을 하니 매출 성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였었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적어도 기존 단가의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가격을 인상할 필요가 있었다. 너무 급작스런 가격 인상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도 서비스의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타사의 유사 제품이나 일반적인 시장 가격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약간 저렴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가격은 보통 10%, 20% 이렇게 단순한 비율로 인상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가격을 50%, 100%씩 인상하는 것은 아무래도 거부감이 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앞으로 회사가 성장할 때마다 매번 또 가격 조정을 해야 하는데, 영업적으로 생각했을 때 정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 서비스 가치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면서도, 서비스의 성장에 맞춰 가격이 유연하게 변화하게 하려면 무언가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너무 어려워 보였던 문제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해당 분야 업체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경매 방식의 가격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이는 정해진 가격이 없는 대신, 구매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써내면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구매자에게 우선 사용권을 주는 방식이다.
보니까 우리가 잘 아는 대부분의 IT 기업들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 안에 있던 해당 업계 출신 분들도 이러한 방식의 가격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겠다는 의견을 주었었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시스템도 복잡해진다는 점이었다. 다른 IT 대기업들은 충분한 인력과 기술이 있으니 이렇게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그렇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가격을 구매자 분들께서 입찰가로 적어서 내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기존에 너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었고, 이런 관성은 한 번에 쉽게 깨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당시에는 재무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아 빠르고 확실한 매출 성장이 가장 급했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많은 인력을 투입하면서 기다릴 여유가 전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잘 몰라서 가능했던 발상
나는 문제를 최대한 심플하게,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싶었고 또 그래야만 했다.
나는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아도 우리가 제품의 적정 가치를 자동으로 산정해서 실시간으로 가격을 매겨 버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신 구매자 분들께서 불합리한 지출을 하지 않을 수 있게 지출 예산이나 한도를 직접 컨트롤할 수만 있게 해 드리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비용을 적극적으로 지불할 여력이 되는 대형 구매자분들은 사용권을 더 먼저 받는 대신 그에 합당한 높은 가격을 받고, 큰 지출이 부담스러운 중소형 구매자 분들께는 사용권을 더 늦게 주는 대신 기존 또는 전체 평균 대비 낮은 가격을 지불하게 해서 밸런스를 맞추면 1타 3피, 모두가 이익을 보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하면 자금력이 좋은 구매자들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우선적으로 사용권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서 좋고, 그렇지 못한 중소형 구매자들은 본인들이 감당 가능한 예산 안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지출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어려운 시스템을 오랜 시간을 들여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복잡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손수 만든 정말 아주 간단한 수식 하나면 충분했다. 그 수식에 내부 데이터를 넣고 실시간으로 최적 가격을 산정하기만 하면 기존 시스템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원하는 가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구매자 분들께 다른 회사의 제품 대비 합리적인 만족도를 제공하면서도, 서비스의 가치가 변화함에 따라 유연하게 적정 가격이 상승 또는 하락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또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불필요한 매출 손실에 대한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다른 회사가 쓰고 있는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면 수많은 개발자가 몇 개월 동안 시간을 투입했어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어땠을까? 서버 개발자 1명이 2주 정도 시간을 투입하여 앞서 말한 수식만 간단히 적용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시스템을 개편하고 원하는 결과, 1.5-2배 가량의 매출 성장을 얻을 수 있었다.
전문가의 함정, 외부인의 이점
우리는 흔히 전문가가 되는 것만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1989년에 엑손발데즈호 유조선이 암초에 부딪혀 알래스카 어느 한 해안으로 대규모의 기름을 유출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 원유는 바닷물을 만나면 일종의 ‘초콜릿 무스’라고 부르는 거대하고 걸쭉한 덩어리를 만들어 내는데, 이 끈적거리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 생각보다 지독히도 어렵다고 한다. 엑손발데즈호 누출이 일어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도 굉장히 많은 잔여 원유가 알래스카 해안에 남아 있었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걸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답은 화학 또는 환경 전문가들이 아니라, 집에서 콘크리트 계단을 만들던 어느 한 일반인에게서 나왔다. 콘크리트 공사를 할 때는 작업이 끝나기 전에 콘크리트가 굳어 버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막대가 달린 모터, 콘크리트 진동기라는 걸 사용하는데 그게 큰 힌트가 됐던 것이다. 콘크리트 진동기를 바지선에 부착해 바다에 적용하는 식으로 초콜릿 무스를 분리하니, 끈적임 없이 손쉽게 누출 원유를 회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가지 사례가 더 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닌텐도가, 절대 게임 전문가가 만든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마 많은 분들은 잘 모르실 것 같다.
닌텐도는 원래 100년도 더 전부터 있었던 화투 판매 회사였다. 하지만 1900년도 중반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이 점차 다른 오락거리를 찾아가면서 쇠퇴하는 중에, ‘요코이 군페이’라는 어느 젊은 대학생을 고용하며 판세를 바꾸기 시작한다.
닌텐도 게임보이의 창시자인 요코이 군페이는 놀랍게도 전혀 게임 전문가가 아니었다. 요코이 군페이는 그저 무언가를 만들기를 좋아하고, 수평적 사고에 능한 Generalist에 가까웠다. 요코이 군페이는 어느 날 한 직장인이 출퇴근길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며 노는 모습을 보고, 어른들이 출퇴근길에서 편하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작은 게임기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때마침 계산기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이를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던 전자기기 업체 Sharp를 만나면서, Sharp가 가진 LCD 화면을 게임기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코이 군페이는 전자기기를 만드는 데 있어 필요한 전문 지식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실질적인 제작은 오카다 사토루라고 하는데, 또 다른 한 명의 닌텐도의 아버지가 거의 다 담당했다. 요코이 군페이가 잘했던 것은 어쩌면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Connecting the Dots’, 본인이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른 사람·기업들의 전문 역량들을 잘 연결하고 모아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사실 모든 사람들이 특정 사물에 대해 언급하면 오로지 해당 사물이 가진 친숙한 용도만을 떠올리는 ‘기능적 고착’ 사고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요코이 군페이는 이런 기능적 고착에서 벗어나 색다른 용도, 대안을 굉장히 잘 찾았던 사람이었다. 아마 요코이 군페이가 그러한 Generalist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게임보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Generalist + Specialist = 최적의 조합
‘아인슈텔룽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본인에게 친숙한 방법만을 쓰는 경향이 있음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전문 지식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때로는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본인의 전문 분야에만 갇혀 Out-of-box Thinking을 하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나 연구는 정말 많고, 또 최근에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좋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가 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좋은 조합은 수평적 사고에 능한 Generalist와, 필요 분야의 전문 지식을 잘 알고 있는 Specialist의 조합이다. 앞서 말한 닌텐도 게임보이 역시 요코이 군페이의 발상이 그 시작이었으나, 오카다 사토루라고 하는 최고의 Maker가 없었다면 절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Generalist들이 이러한 ‘Connecting the Dots’를 능숙하게 해내는 것도 절대 아니고, Specialist라고 해서 Out-of-box Thinking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을 때, 너무 기존 지식과 시야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때로는 전문가들의 말과 오랜 관습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보다 넓은 시야로 다양한 사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