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IT 스타트업 이야기]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너무 걱정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IT 스타트업 이야기]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너무 걱정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나의 IT 스타트업 이야기]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너무 걱정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저, 퇴사합니다.

아니 도대체 왜?

만 20대에 억대 연봉을 받으며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서 순탄하게 잘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나는 회사에 퇴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나름 동기 중에서는 퍼포먼스가 괜찮은 수준에 속했고, 빠른 시일 내에 퇴사를 할 것이라는 신호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내 퇴직 신청이 약간 깜짝 뉴스였던 것 같다. 10명 가까운 리더십, 인사팀 분들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니 ‘아, 내가 정말 여기를 떠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시작으로 인한 설렘 반, 안정적으로 잘 다니던 직장을 너무 빨리 그만두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 반. 그때의 허심탄회하면서도 두근거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몹시도 무겁던 그 묘한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 vs. 안정적인 직장

“아니, 남들은 못 가서 안달인 직장을 왜 그만둬요?”
“여기서 몇 년만 더 버티면 창창한 미래가 있을 텐데, 나가려는 이유가 뭔가?”
“가족도 있고 책임지셔야 하는 것도 많을 텐데, 너무 섣부른 판단 아니에요?”

멀쩡히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하면, 그 주변에는 정말 수많은 웅성임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러한 의문과 우려의 목소리는 ‘아, 내가 정말 옳은 선택을 한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 vs. 안정적인 직장’ 우리는 어떤 길을 가는 것이 맞을까?

사실 여기에는 명확한 정답이라는 것이 없다. 각자의 사정이 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또한 모든 사람들의 인생은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고귀하기에, 함부로 어느 한 길이 무조건 맞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너무 경솔한 행동일 것이다.

다만, 오늘은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실 수 있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드려볼까 한다. 다들 상황·배경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이런 개인적인 사례가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셨으면 한다.

내 이야기

나는 경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재미있게도 태어나서 대학을 갈 때까지 단 한 번도 장래희망이 경영인이었던 적이 없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상과학을 사랑하고 모든 부분에서 공돌이 기질이 다분하던 아이였다. 커서도 자연스럽게 공학 박사를 꿈꾸며 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어느 날 갑자기 커리어를 전환하고, 또 회사를 박차고 나와 IT 스타트업 대표라는 길을 선택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원했던 대학교에 갔지만 그 대학 생활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왜 이 공부를 계속해야 하지?’ ‘나는 언제까지 공부만 할 생각이지?’ ‘내가 정말 원했던 건 무엇이지?’ ‘왜 나는 지금 이 생활이 재미가 없지?’라는 질문이 끝없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기숙사 1층에서 봤던 종이 신문이 아직도 생각난다. 경제지 1면이었는데, 실리콘밸리 출신의 창업가들이 너무도 멋지게 자기만의 인생을 살면서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아무것도 아닌 그 순간이 그야말로 내 머리를 ‘땅’하고 때렸고 나는 그제야 내가 왜 그렇게 방황하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이 연구실에서 리서치만 하는 삶일까? No.

나는 20년 동안 과학 분야를 좋아했었고, 그래서 당연히 공학 박사를 따고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건 과학 그 자체가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새롭고 멋진 제품·서비스를 만들고 그를 통해 세대를 앞서가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사서 고생하더라도 최전선에서 문제 해결을 하고 임팩트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천성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지만, 필요하다면 기꺼이 팀을 리드하고 책임을 감수하는 성격이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한 루틴 성 업무를 싫어하고,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이 지시한 것을 그대로 따르기보단 스스로 판단하고 일의 필요성과 순서를 정하면서 결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다 보니 지도 교수의 통제하에 제한된 자율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 대학원 생활이나, 위에서 정해준 대로 리서치만 하는 대기업 연구소가 내 적성에는 맞을 리가 없었다. 되돌아보면 이는 나라는 사람의 기질·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학’이라는 특정 키워드, 오브젝트 혹은 프레임에 제 자신을 가두며 살아왔기 때문에 발생했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

대한민국 교육 과정에 맞춰 자란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나 역시 어릴 때는 깊은 고민 없이 남들이 멋지다는 직업을 막연하게 동경했었다. 정작 가장 중요한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내 삶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인생 진로를 결정하는 데는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멋지고 유망한 직업이 정말 많다. 20대 공학 박사, 능력 있는 연구자가 되는 것 역시 멋진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는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줄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은 어떻게 해도 내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지는 않겠어’라고 마음먹었던 순간 나는 경영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던 것 같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때마침 화장실에서 경영 동아리 포스터를 보게 되었는데, 정말로 일말의 주저도 없이 지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운이 몹시 좋게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경영과 관련해서는 꽤나 선망받는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고, 만 20대에 억대 연봉도 받고 조기 승진도 하면서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지금도 내 능력과 인성을 되돌아보면 정말 감지덕지했던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서, 나는 또다시 스스로 나 자신을 선택의 갈림길에 올렸다.

억대 연봉 직장인으로서 선망받는 삶을 살 것인가
vs.
Comfort Zone을 부수고 원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고민과 또 고민을 하던 찰나에 또 운명과도 같이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이 다가왔다. 나는 그 기회를 잡기로 했고, 어느 한 작은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었다.

드리고 싶은 말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취업 시장이 많이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진로 결정을 앞두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시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20대 구직자 50% 이상이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점점 더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고 많이 위축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어려운 취업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하시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삶에 도전하시는 분들 역시 너무 미리 주눅 드시지 않으시면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실도 중요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보다 꿈을 좇았을 때, 본인이 ‘적절히 리스크 관리만 잘한다면’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다 잡을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우리의 운명은 약간 짓궂은 면이 있어 하나만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렇기에 어느 시점에는 현실을, 어느 시점에는 꿈을 번갈아 가면서 쫓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최근에는 ‘N 잡러’ 열풍과 함께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으면서 틈틈이 본인만의 꿈을 찾아 나가는 분들도 많아졌는데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 시장 수요가 있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제품)를 만들고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지인 중 한 명은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MVP를 만들어 시장 테스트를 했고, 수요가 있음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Top VC로부터 35억 가량을 투자받고 퇴직하면서 본인 회사를 차렸다. 요즘은 스마트스토어, 자사몰도 잘 되어 있어서 본인만의 사업을 하고 싶은 분들은 직장 다니면서도 충분히 그 시작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속도는 빨라지고 사람의 가치는 그걸 미처 못 따라가는 시대인 것 같다. 월급 모아서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에, 어쩌면 우리는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집중해서 퀀텀 점프를 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나을 수 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리스크 관리를 잘하면서 큰 무리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수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각자 다 사정이 다르고 접근해야 하는 방식도 다르겠지만, 모두들 파이팅 하셔서 꼭 꿈과 현실 둘 다 잡는 인생 만들어 나가시면 좋겠다.

여담

내가 대표로 있었던 스타트업은 결국 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때의 경험을 살려서 다른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현재 이를 통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면서도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적절히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안다면, 망해도 괜찮더라.’

‘도전도 해보기 전에 너무 걱정만 하지는 말자. 꿈과 현실을 둘 다 보면서 가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와 비슷한 결정을 이미 하신 분들이나, 현재 그러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응원과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 그리고 거기서 배우고 있는 점들은 또 다른 글로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