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좀 아는 선배] 진로 결정 시 3가지 핵심 질문,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진로 결정 시 3가지 핵심 질문
아래는 제가 직접 겪었던 어느 흔한 진로 상담 사례 중 하나입니다.
후배 A “선배, 저 선배가 계셨던 B 회사 가고 싶은데 혹시 추천서 써주실 수 있으세요?”
저 “추천서는 써줄 수 있지. 그런데 그 회사는 왜 가고 싶은데?”
후배 A “어…”
고민의 시작점이 틀렸다
엄청 간단하게 축약한 대화지만, 가끔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과 취업, 진로 결정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실제로 10번 중 8-9번은 있는 상황입니다.
다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보지만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모두들 이력서 채우기, 인터뷰 스킬 연마, 영어 점수 따기, 자격증 따기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라 진로 결정 시 가장 중요한, 정작 본인이 어떤 사람이며 어느 회사를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미처 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스펙 쌓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진로 결정, 선택이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에, 무작정 이력서를 넣기에 앞서 꼭 여러 각도에서 깊은 고민들을 해보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취업 준비생 분들의 조급한 마음은 백 번도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처지에 있어 봤고, 저 역시 부끄럽지만 대학생 때 터무니없는 삽질로 보낸 시간들이 너무 많았어요. 변리사 하겠다고 역삼에 고시원 잡고서는 학원 문턱도 안 가보고 2달 동안 고시원 밥만 주야장천 먹고 온 적도 있고…
그래서 다른 분들이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진로 상담을 하러 오면 아래 3개의 질문을 가장 많이 물어봅니다. 이 3가지 질문에 주저 없이 잘 대답했던 분들은 보통 대부분 원하던 곳에 무리 없이 들어갔었고요. 운이 좋지 않아 떨어진 경우에도, 그와 비슷한 급의 다른 좋은 회사에 합격하더라고요.
반대로 이에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하던 분들은 대개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엄청 대단하고 화려한 질문은 아니에요. 도리어 너무 뻔해서 ‘취업을 앞두고 이게 무슨 공자님 맹자님 하는 소리냐’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이것보다 정확하게 그 사람이 얼마나 명확하게 동기가 부여되어 있는 것인지 체크하는 질문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3가지 핵심 질문
1. Lifetime Goal: “너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니?”
2. Why There: “왜 그 회사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3. Why You: “그 회사에서는 왜 너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진로 결정, 왜 이런 질문을 하나요?
제가 첫 직장을 잡기 전에 진로 결정 시 가장 오래 고민한 건 ‘나는 어떤 사람이며, 왜 이 기업에 지원하려 하지’였어요. 이게 왜 중요하나고요?
간단해요. 목적이 뚜렷한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고, 더 열심히 배우려고 하며, 끈기 있게 수행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이죠. 뻔한 자기 계발서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회생활 10년 정도 해보고 나니, 이것보다 더 정확한 말이 없어요. 사례를 좀 들어볼게요.
예시: 전 직장 동기 C
C는 아이비리그 졸업생에, 3-4개 전공을 4년 만에 복수 전공한 진짜 말 그대로 ‘미친 듯한’ 엘리트였어요. 나이도 어린데 스펙이 워낙 좋으니 동기들 사이에서도 돋보일 수밖에 없는 존재였죠. 처음에는 누구보다도 눈에 띄었지만, 2-3년 정도 지나니까 뭔가 상황이 변하는 게 느껴졌어요. 평가에서 계속 낮은 점수를 받고, 회사 안에서의 평판도 안 좋아졌죠.
원인은 분명했어요. C는 회사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어요. 나름 네임 밸류도 있고, 연봉도 많이 주는 회사였지만 라이프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C에게는 그런 워라밸을 이겨낼 만한 의지, 동기가 없었어요. ‘나 여기 왜 들어왔는지 모르겠어’, ‘내가 왜 이렇게 밤을 새우고 있어야 하지’ 같은 말을 자주 되뇌었고 실제 업무 퍼포먼스, 대인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C는 다른 동기들보다 일찍 회사를 나갔죠.
반대로 동기 부여가 명확하고, 본인이 ‘왜 이 회사를 다니는지’가 명확한 동기들은 아직도 그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잘 나가고 있어요. 승진도 빠르게 하고, 그만한 사회적·금전적 보답을 받고 있죠. 스펙만 따지면 C가 그렇게 됐어야 하는데, 인생 참 신기…
더 많은 사례가 궁금하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세요. 사회생활 조금만 해도 이런 사례는 정말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건데?
앞서 말씀드린 3가지 질문 중에 2번째, 3번째 질문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1번째 질문에 대해 말해보려 해요. 다시 후배 A와의 대화로 돌아가 볼게요.
저 “추천서는 써줄 수 있지. 근데 왜 거기를 가고 싶은데?”
후배 A “제가 나중에 대학원을 가려는데 그 사이에 경력이 좀 애매할 것 같아요. 그 기간 동안의 이력서를 채워야 하는데 B 회사가 가장 네임밸류도 좋잖아요.”
저 “그건 너무 피상적인 이유고, B 회사를 가려면 네가 다른 회사, 다른 일도 아니고 그 회사, 그 일을 하고 싶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너는 B 회사랑 전혀 관계없는 것들을 해왔잖아”
후배 A “아니, 이력서를 그냥 비워둘 수는 없잖아요. 그냥 한 번 해보는 건데 어때요. (버럭)”
저는 후배 A를 그냥 집으로 보냈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추천서를 써서 보내줘도 면접에서 3분 컷 당한다는 걸 저는 알아요. 설령 운이 좋아 면접을 통과한다고 해도 동기 C와 같은 길을 갈 확률이 높겠죠.
화려한 미사여구 NO, 중요한 건 진심
간혹 이런 질문들에 대해 되게 멋지고 휘황찬란한 답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 역시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1) 정확한 자기 인식과 (2) 진심 어린 대답이라고 생각해요.
옆집 선배 “왜 거기를 가고 싶은데?”
후배 A “사실 앞으로 정확히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지는 고민이에요. 솔직히 아직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새로운 것을 하는 걸 좋아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패션, 디자인을 좋아하고 역사가 있는 브랜드를 지키고 더 크게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저는 이미 개발 경험이 좀 있어서 경영 역량도 키울 수 있는 B 회사에서 디지털 담당자로 일하면, 전문성을 쌓으면서 동시에 시장에 대한 식견도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요.”
A가 만약 이렇게 대답했었다면, 저는 분명 추천서를 써줬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