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작성 시 헛다리를 짚지 않고 한 번에 정확한 보고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헛다리를 피하고 한 번에 상사,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좋은 보고서를 쓰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기에 앞서, 아래의 문제를 하나 풀어보도록 하자.
보고서 작성, 사실 가장 중요한 것
Q. 보고서 작성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① 분량∙양식
- ② 디자인
- ③ 리서치
- ④ 프레임워크
- ⑤ PPT 실력
답을 골랐는가? 그렇다면 정답을 알아보자. 정답은 바로 ‘①~⑤번 중 그 어떤 것도 아니다’이다. 보고서 작성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량∙양식, 디자인, 리서치, 프레임워크, PPT 실력 그 무엇도 아니다. 이러한 스킬들은 좋은 보고서를 만드는데 있어 필요한 스킬 중에 하나임은 틀림이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보고서 작성 시 ‘가장’ 중요할까? 보고서 작성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떤 청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아웃풋을 바라는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 최우선순위
“어떤 청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아웃풋을 바라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이것은 마치 상대방에게 물건을 팔기 전에 상대방이 무엇을 원할지를 먼저 한 번 생각해보는 것과 똑같다. 아마 지하철을 자주 타는 사람들이라면 지하철 안에서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보부상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저 편하게 지하철을 타고 원하는 곳으로 빨리 이동하고 싶은 마음뿐인데, 내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생각치 않은 물건을 갑자기 들이대면 사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기 마련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무작정 30-40장 짜리 보고서를 만들어서 냅다 던지는 것도 사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작 내가 알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내용은 없고,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만 잔뜩 적혀있는 30-40장 짜리 보고서를 과연 그것을 의미 있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보고서, 실패하는 보고서의 절반 이상은 바로 이러한 이유로 발생한다. 짚어야 하는 맥은 제대로 못짚고 엉뚱한 헛다리를 짚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엉뚱한 헛다리를 짚은 채로 1주, 2주 그리고 1달, 2달을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한 뒤 갑자기 30-40장 짜리 보고서를 가지고 간다. 그런데 상대방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고, 나는 내가 열심히 일해온 지난 시간을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 무척 속이 상한다.
우리나라가 매번 올림픽 시즌만 되면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종목인 양궁은 무려 70~90m의 거리에서 1미터가 겨우 조금 넘는 크기의 과녁을 맞춰야 하는 무척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하는 스포츠이다. 선수들이 활 시위를 당길 때마다 9점, 10점을 명중시키니 겉으로 보기에는 10점을 맞추는 것이 제법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양궁은 조준이 10mm만 벗어나도 10점이 0점이 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스포츠이다. 조준을 잘 못하면서 남들보다 10배 더 비싼 활을 사고 남들보다 10배 더 좋은 옷을 입는다고 우승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도 사실 이 양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대로 된’ 시작이 절반이라고, 처음에 맥만 잘 짚어도 보고서 작업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헛다리를 짚는 대신 정확한 맥락을 파악하고 실패하지 않는 보고서를 쓸 수 있을까? 회사와 상사의 마음을 읽은 ‘보고서 무당’이 되는 방법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이것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한다
“OO 씨, 다음주까지 보고서 하나만 만들어줄 수 있어요?”
자, 이렇게 본인의 팀장이나 상사에게 보고서를 쓰는 과제를 받았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때 우리가 가장 먼저 취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이번에도 아래 중에 어떤 것이 답인지 한 번 골라보도록 하자.
Q. 보고서를 쓰는 과제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취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 ① 바로 관련 자료 조사∙분석을 진행한다.
- ② 빠르게 파워포인트를 켜고 보고서를 그리기 시작한다.
- ③ 워드나 메모장에 본인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정리한다.
- ④ 보고서의 분량과 적절한 디자인∙양식을 고민한다.
- ⑤ 너무 힘들다… 주섬주섬 사직서를 꺼낸다.
이 중에 정답은 무엇일까? 이번에도 정답은 바로 ‘①~⑤번 중 그 어떤 것도 아니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를 쓰는 과제를 받으면 ‘네!’라고 대답을 한 뒤 냅다 자기 자리로 가서 노트북을 열고 PPT를 켜기 시작한다. 혹은 혼자 자리에서 머리를 싸매고 무언가를 막 적어내려가거나 인터넷으로 관련 내용을 마구 찾아보기 시작한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나중에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꼭 수행해야 하는 활동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취해야 하는 행동’은 아니다. 보고서 작성이 어렵다고 냅다 사직서를 쓰는 것도 너무 아쉽다. 왜냐면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상당 부분 해결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취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보고서 작업은 정형화가 쉽게 되지 않는, 그때그때 다 다른 작업 같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프로세스가 몇 가지 있다. 보고서를 쓸 때 따라야 하는, 칼퇴하는 보고서를 위한 4단계 접근법은 아래와 같다.
1단계 ‘맥 제대로 짚기’는 곧 앞서서 이야기한 “어떤 청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아웃풋을 바라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순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1단계부터 잘못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이걸 요리에 비유를 하면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서 언제 어떤 어떤 요리를 해야 하는지도 정해지지가 않았는데 냅다 마트부터 달려가서 엉뚱한 재료를 사거나 (엉뚱한 자료 조사), 무슨 식기구를 쓸지 고민하거나 (PPT, Excel, Word 등 툴 걱정), 무슨 그릇을 쓸지 고민하거나 (양식·디자인 걱정), 10인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하는 (분량 걱정) 것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발렌타인데이에 연인을 위한 요리를 하는데 데이트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리를 하거나 연인이 싫어하는 요리를 하면 안되지 않을까?
대부분의 경우 보고서를 쓰라 그러면 자료 조사, 분량, 양식, 디자인, PPT 작업 걱정부터 하는데 이는 보통 고민의 순서가 잘못된 것일 확률이 높다. 왜냐면 보통 실패하는 보고서는 대부분 바로 1단계인 ‘맥 짚기’부터 잘못 되어서 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 보고서가 산으로 가거나, 나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밤새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원하는 대로 보고가 잘 풀리지 않는 주요 원인은 보통 아래와 같다.
[‘망하는 보고서’의 이유]
- ① 맥을 잘못 짚음 ~45%
- ② 자료 조사 & 메시지 부족 ~45%
- ③ 툴 사용이 서투름 1% 미만
- ④ 발표가 미흡함 ~10%
앞서 살펴본 ‘칼퇴하는 보고서를 위한 4단계 접근법’의 ①번, ②번만 잘 되어도 보고서가 실패할 확률을 90%는 줄이고 시작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바로 이 ①번, ②번만 잘되어도 절대 큰 실패는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를 써야 한다 그러면 ‘나는 PPT 잘 못쓰는데…’, ‘엑셀은 어디서 배우지?’ 부터 고민을 하는데 이러한 ③ 툴 사용은 속도와 편의를 위해 익숙해지면 좋은 것이지 이것 때문에 보통 보고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보고서 제출 기한, 데드라인도 못 맞출 정도로 툴 사용이 너무 서투르지는 않아야 한다. 그리고 광고, 브랜딩, 크리에이티브 등 디자인이 무척 중요한 일부 산업의 경우에는 이런 툴을 잘 쓰고,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많은 경우 흔히 ‘보노보노 PPT’라고 부르는 부장님 스타일의 PPT로도 정말 중요한 내용이 잘 담겨있기만 하다면 큰 사업을 수주하고 큰 투자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무척 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④번 프레젠테이션은 보통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못해서도 안되는 영역이기는 하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결국,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맥을 제대로 짚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마저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