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중간 싱크, 왜 필요할까?
적절한 중간 싱크, 왜 필요할까?

적절한 중간 싱크, 왜 필요할까?

올바른 Clarification 과정을 통해 최상의 목표를 잘 파악했다면 성공적인 보고서 작성에 있어 가장 큰 산을 넘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작일 뿐, 끝은 아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보고서를 손에 얻기까지는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그 다음 살펴볼 팁은 적절한 중간 싱크, 바로 상사에게 내 상황을 자주 공유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적절한 중간 싱크, 그 중요성

간혹 이렇게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과제가 주어진 초반에는 회사나 상사와 충분히 잘 커뮤니케이션을 해놓고는 정작 업무가 진행되는 중간에는 전혀 추가적인 대화나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매일 자료를 찾고, 분석을 하고, 이를 워드나 PPT로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보고서가 모두 다 만들어지면 그때 최종 완성본을 가지고 와서 결과물을 공유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이상한 점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보고서 작업을 할 때는 아무리 처음에 Clarification을 잘하고 최상위 목표를 잘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작업 중간중간 작업을 지시한 사람과 주기적으로 최대한 자주 ‘동기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런 것일까? 이는 우리가 살면서 다들 한 번 정도는 봤을 우주 영화에 답이 있다. 우주 영화를 보다 보면 우주선이 계속 사방팔방으로 공기를 칙칙 뿜어내면서 조금씩 궤도를 수정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우주선을 쏠 때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수학을 잘 하는 사람들이 수많은 계산을 하고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린 뒤 최적의 경로로 이를 쏘아올리지만, 그럼에도 우주라는 것이 어디 녹록한 곳인가? 

날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도 있고, 계획이 변경되어서 궤도 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지구에서 아무리 계산을 열심히 해서 잘 쏘아 올렸다고 하더라도 첫 궤적이 100% 완벽한 궤적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날아가는 중간중간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를 체크하고, 필요하면 조금씩 궤도 수정을 해줘야 완벽하게 원하는 목적지에 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궤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주를 이동할 때는 우주선에 문제는 없는지, 연료는 충분한지, 갑자기 운석이 날아오진 않는지 등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공유해야 한다. 간혹 가다 목적지나 일정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이런 경우에 우리가 제때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주기적으로 ‘칙칙’ 방향을 맞춰줘야 한다
주기적으로 ‘칙칙’ 방향을 맞춰줘야 한다

우리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도 사실 이 우주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 최상위 목표를 파악하고 업무 방향성과 범위를 잘 구체적으로 잘 정의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무전기로 소통하고 궤도를 수정하면서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더듬더듬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무언가 망망대해에서 고군분투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왠지 우주 여행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에 아무리 Clarification을 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또한 보고서 작업을 하다 보면 이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얻어지는 정보와 지식으로 인해 생각이 더 발전될 수도 있고, 무언가 주변 상황이 바뀌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반드시 우리는 중간중간 회사 또는 상사와 자주 ‘싱크 (동기화)’를 해야 한다.

‘싱크 (동기화)’란 중간 과정을 공유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업무가 제 속도에 맞춰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과정이다. 처음에 의도했던 것들에 대한 정보나 아이디어가 잘 수집되고 정리되고 있는지, 일정에 차질은 없을지, 대략적인 양식이나 분량에는 문제가 없을지, 부족하거나 보완할 점은 없는지 등을 최종 보고 전에 미리미리 확인을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나 조직의 상황이 바뀌어서 최상위 목표 자체가 갑자기 바뀌거나, 그에 따라 아예 업무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적시에 서로 공유하고 리소스의 낭비 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작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서로가 합을 맞추는 과정이 바로 ‘싱크 (동기화)’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사례

우리가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을 갔을 때를 생각해보자. 내 마음에 드는 머리를 하기 위해 미용사에게 원하는 스타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설명을 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OO컷 해주세요”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면 미용사들은 이런저런 추가적인 질문들을 던지면서 정확히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이 어떤지, 어떤 느낌을 내기를 원하는지, 혹시 참고하고 온 이미지나 연예인은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우리가 보고서를 쓸 때 최상위 목표를 파악하고 Clarification을 진행하는 단계와 유사하다.) 그렇게 고객이 어떻게 머리를 하고 싶은지를 최대한 파악하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미용사들이 아무 말도 없이 30분 ~ 1시간 동안 머리를 막 자른 다음에 ‘짠!’하고 한 번에 끝내 버리는 경우가 있던가? 대부분의 헤어 디자이너라면 아마 머리를 자르면서 ‘이 정도 길이면 될까요?’, ‘요런 느낌 맞아요?’ 같은 질문을 중간중간에 던질 것이다. 머리를 거의 다 자른 상태에서도 ‘앞머리는 이정도면 괜찮나요?’, ‘좀 더 자를까요?’처럼 마지막까지 고객이 원하는 것 중에 놓친 것은 없는지를 확인하면서 꼼꼼하게 마무리를 한다. 물론 가끔 그런 질문이 귀찮을 때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 다른 이상한 머리가 나올까봐 마음 졸이면서 1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아마 이렇게 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같이 확인하고 소통하면서 머리를 자르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충분한 ‘싱크 (동기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아무리 경력이 많고 실력이 좋은 헤어 디자이너라도 수백, 수천 명의 고객이 각자 원하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아무 대화 없이 한 번에 완벽하게 맞추기는 어렵다. 처음에 아무리 고객이 요청하는 스타일을 잘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잘 자르고 있는지 중간중간 적절히 체크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우리가 보고서를 쓰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일전에 한 스타트업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 소개 자료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어떤 디자인과 톤으로 자료를 만들지 정하기 위해 그 기업이 과거 사용했던 기업 소개 자료들을 달라고 했다. 이를 통해 그 회사가 과거에 사용했던 공식 소개 자료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귀엽고 팬시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내심 ‘이게 이 회사의 스타일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30장 짜리 기업 소개 자료를 만들었다. 그런데 웬걸? 그 작업을 요청했던 대표님이 내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시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그 대표님은 이번 단계에서는 제법 큰 금액의 투자를 받기를 원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번에 만드는 기업 소개 자료는 과거에 만들었던 것들과는 다르게 좀 더 프로페셔널하고 전문적인 느낌의 컨설팅 스타일 보고서를 원하셨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1-2주 동안 만들었던 30장 짜리 보고서를 모두 폐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해야만 했다. 내가 만약 3-5장 정도 만들었을 때 미리 그 대표님에게 확인을 구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허비하는 시간을 최소 10일은 줄일 수가 있었을 것이다.

적절한 중간 싱크, 그래서 어떻게?

이렇게 적시에 적절한 범위로 업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싱크’하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이 ‘싱크’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간혹 “상사나 상대방이 너무 귀찮아 하지는 않을까요?”, “너무 손이 많이 간다고 생각하거나, 업무 역량이 없다고 생각하면 어쩌죠?”라고 걱정을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이 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특히 ‘싱크’를 할 때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절대 원칙이 하나 있다. 적어도 무언가 피드백을 받았으면 최소한 일정 이상 작업을 하고, 해당 피드백을 반영한 뒤 그 다음 싱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불필요하게 지나치게 잦은 주기로 상대방에게 미팅 요청을 하거나, 상대방이 피드백을 준 부분에 대한 추가 작업 또는 보완이 전혀 없는 상태로 그 다음 싱크를 잡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의 의견을 반영하고 충분한 고민과 노력을 한 다음, 이것이 상대방이 원했던 것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적절한 중간 싱크 방법을 이용할 때는 적정선을 잘 타면서 적절한 세팅을 잘 활용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싱크를 할 내용, 필요한 시간, 중요도, 심각성 등을 고려하여 적시에 이에 알맞은 미팅 구성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간 결과물을 놓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최소 15-30분 정도, 길면 1시간 내외의 소규모 미팅을 잡는 것이 좋다. 이때는 100% 완성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내용이 정리된 문서를 가지고 논의를 하면 좋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공식적인 피드백을 받고, 또 아이디어나 솔루션을 함께 도출해야 하는 경우 이런 미팅은 특히 유용하다. 빠르게 공유하고 해결해야 하는 주요 이슈가 생겼거나, 프로젝트가 막혔을 때 도움을 받거나 또는 상대방에 생각하는 방향성 등을 청취할 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자잘한 고민거리나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하나 간단히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보시기에 어떠세요?’ 등과 같이 짧은 질문들이 생길 때마다 일일이 30분짜리 미팅을 잡고 사람을 3-4명씩 모은다면 아마도 무척 비효율적일 것이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질문을 할 때는 5-10분 이하의 가벼운 세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경우에는 공식적인 미팅을 잡기 보다는 상대방의 자리에 잠깐 찾아간다든지, 잠깐 밖에서 바람을 같이 쐬면서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는 방식을 활용해 볼 수 있다.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에서 일상적으로 상대방을 마주치는 짧은 시간들을 유용하게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부분은 이렇게 회사 안에서 걸어가다가 누군가를 마주치는 상황이 되면 보통 그냥 쭈뼛쭈뼛하게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짜 일을 잘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1-3분 밖에 안되는 짧은 순간들도 재치있게 잘 활용을 하시고는 한다. 예를 들어 ‘아, 그때 논의한 내용 문제 없이 잘 진행되고 있어요’, ‘아, 안그래도 좀 여쭤볼 것이 생겼는데 조만간 잠깐 자리로 찾아뵐게요’라면서 가벼운 정보나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진행 상황을 궁금해하고 있던 상대방이 ‘아, 문제 없이 일이 잘되고 있나 보구나’라고 생각하며 안심을 하게 할 수도 있고 혹은 ‘뭔가 이슈가 있나 보구나, 조만간 이야기 해주겠네’처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줄 수도 있다. 회사나 상사는 언제나 ‘일이 잘 되고 있는 것이 맞을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하는 불안감을 마음 속에 안고 산다. 짧게 마주치는 1-3분을 잘 활용해서 이러한 정보를 잘 전달하면 회사와 상사가 좀 더 안심하게 할 수 있고, 설령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더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적시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얼마든지 ‘싱크’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시간,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언제나 1분 1초가 모자란 컨설팅 시절에는 이런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팀과 함께 이동을 하거나, 팀장님과 잠시 마주하는 순간들을 얼마나 알차게 잘 활용하는지가 팀과 나의 퍼포먼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는 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먼저 현재 상황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고 도움을 받는 것은 비단 개인의 업무 태도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렇듯 ‘칙칙’ 궤도 수정을 잘 하면서 일을 진행한 사람과 소통 없이 냅다 앞만 보고 달린 사람은 나중에 결과물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최상위 목표 파악’을 통해 아무리 초반에 영점 조정을 잘 했다고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우리의 보고서 작업이 완수되려면 틈틈이 이 적절한 중간 싱크 과정을 잘 챙겨야 한다는 점, 반드시 명심하길 바란다.